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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 허수 주문과 봇 트레이딩 – 보이지 않는 손의 정체

나에게 던지는 물음 2025. 4. 17. 23:31

허수 주문과 봇 트레이딩 – 보이지 않는 손의 정체

가상자산 시장은 전통 금융과 달리 아직 완전히 규제되지 않은 영역이 많습니다. 이로 인해 합법과 불법의 경계가 모호한 기법들이 자주 사용되며, 그중 대표적인 것이 허수 주문(Fake Orders)봇 트레이딩(Bot Trading)입니다. 이 기법들은 겉보기에 자연스러운 시장 움직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시세조작의 일환일 수 있으며, 특히 일반 투자자들에게 착시를 유발해 잘못된 투자 판단을 하게 만듭니다.


1. 허수 주문이란 무엇인가?

허수 주문은 실제 체결될 의도가 없는 주문을 말합니다. 트레이더 혹은 알고리즘 트레이딩 봇이 거래량을 부풀리거나 가격을 왜곡하기 위해 주문을 반복적으로 넣고 취소하는 방식으로 사용됩니다. 주요 목적은 다음과 같습니다:

  • 호가창 상에서 매수/매도 심리를 유도
  • 거래량을 인위적으로 키워 인기 코인처럼 보이게 함
  • 상대방의 알고리즘이나 거래 로직을 교란시킴

예를 들어, 누군가가 매도벽(Ask Wall)을 인위적으로 크게 쌓아놓으면, 일반 투자자들은 '매도 압력이 강하구나'라고 오해하고 매수를 주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주문은 실제 체결 의도가 없어 곧 취소됩니다.

이러한 주문은 1초도 되지 않아 사라지는 경우가 많아 '고빈도 트레이딩(High-Frequency Trading)'의 일종으로 간주되기도 합니다.


2. 봇 트레이딩: 속도와 규모의 게임

봇 트레이딩은 사전에 설정된 알고리즘에 따라 자동으로 거래를 수행하는 방식입니다. 이 자체는 합법적인 기술이지만, 시세조정 수단으로 사용되면 문제가 됩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봇은 시세에 큰 영향을 줍니다:

  1. 마켓 메이킹 봇: 유동성을 공급하며 가격대를 형성함. 의도적으로 스프레드를 조절하거나 유사 거래로 가격을 유도할 수 있음.
  2. 펌핑 봇: 특정 코인을 정해진 시간 간격으로 소량 반복 매수해 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림.
  3. 허수 주문 봇: 대량 주문을 넣고 바로 취소하며, 호가창을 교란시킴.

이러한 봇은 사람이 감지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며, 다수의 계정을 활용한 분산 트레이딩으로 흔적을 남기지 않기도 합니다. 특히 신규 상장 코인이나 유동성이 적은 코인에서 이러한 봇 트레이딩의 영향력은 절대적입니다.


3. 거래량 조작: 거래소도 공범일 수 있다

허수 주문과 봇 트레이딩은 단순히 가격만이 아니라 거래량 자체를 조작하는 데에도 활용됩니다. 이른바 ‘세탁 거래(Wash Trading)’라고 불리는 기법은, 동일한 계정 또는 연관된 계정 간에 코인을 반복 매매해 거래량을 인위적으로 늘리는 방식입니다.

문제는 일부 중소 거래소가 이를 방조하거나 적극 권장하기도 한다는 점입니다. 거래량이 많아 보이면 해당 거래소의 신뢰도와 유동성 지표가 좋아지기 때문에, 순위 사이트(CoinMarketCap, CoinGecko 등)에서 높은 노출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조작된 거래량은 신규 투자자에게 “이 코인은 인기 있는 코인이구나”라는 잘못된 신호를 주며, 펌핑 후 덤핑의 주요 트리거로 작용합니다.


4. 일반 투자자가 감지하는 방법

그렇다면 일반 투자자는 어떻게 이러한 허수 주문이나 봇 트레이딩을 감지할 수 있을까요? 아래는 몇 가지 실질적인 팁입니다:

  • 호가창을 관찰: 주문이 1초도 안 되어 취소되는 경우가 반복된다면 봇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 체결 내역 확인: 거래량은 많은데 실제 체결 건수는 적다면 ‘세탁 거래’일 수 있습니다.
  • 거래소 신뢰도 확인: 거래소의 투명성, 출금 처리 속도, 커뮤니티 반응 등을 살펴보세요.
  • 시세 연동 여부: 특정 거래소에서만 가격이 급등한다면 조작 가능성을 의심해야 합니다.

또한, 코인마켓캡(CoinMarketCap)의 'Liquidity Score'Nomics의 거래소 투명도 점수 등 외부 지표를 참고하는 것도 유용합니다.


5. 제도권의 대응과 한계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허수 주문과 봇을 이용한 시세조정에 대해 금융사기 및 시장교란행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미국 SEC는 봇을 이용한 허수 주문에 대해 여러 차례 벌금을 부과했고, 일본과 EU 또한 유사한 기준을 마련 중입니다.

하지만 가상자산 시장은 탈중앙화 특성상 관할권 외 지역의 거래소나 트레이더에 대한 제재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따라서 제도 개선과 더불어, 투자자 개개인이 시장을 읽는 눈과 정보를 해석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맺으며: 보이지 않는 손의 흔적을 파악하라

가상자산 시장에서 ‘보이지 않는 손’은 단순히 경제학적 개념이 아니라, 실제 존재하는 조작 세력일 수 있습니다. 허수 주문과 봇 트레이딩은 그들이 사용하는 매우 정교한 도구이며, 이들이 만들어낸 ‘착시 시장’은 종종 대중을 속이기에 충분합니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단순한 차트 분석을 넘어서, 거래 방식의 본질을 이해하고, 이상 징후를 감지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시장은 공정하지 않다는 전제를 갖고, 냉철한 시각으로 접근하는 자세가 안전한 투자로 이어질 것입니다.